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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놀이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가늠하는 곡, 라벨의 '볼레로'



처음 클래식에 입문하는 자로서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논할 입장은 아니다. 그래도 그런 곡 하나쯤은 교양으로 알고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익숙한 선율의 곡이라면 더욱 아는 음악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은가!그런 점에서 라벨의 볼레로는 오케스트라에게도 클래식애호가들에게도 대중적이면서 수준 높은 곡이다.

창조와 개인의 표현을 중시하는 낭만파이후 상류층만을 위해 존재한던 음악이 대중들의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음악은 교회와 궁중을 벗어나 공개음악회와 콘서트, 극장 등 일반 서민들이 공간에서 연주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이런 움직임에 선두적인 국가였다. 다른 국가에서 크게 성공하는 것보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음악가를 더 높게 평가했으니 말이다. 라벨은 이런 프랑스 안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음악가였다.

라벨은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에서 그야말로 인기있는 작고가였다. 음악적인 창작 능력도 뛰어났지만 라벨은 특히 편곡능력에 뛰어났다. 볼레로도 역시 라벨의 편곡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원래 볼레로는 플라밍고에서 파생된 4분의 3박자의 스페인의 무도곡을 이야기한다. 즉, 볼레로는 라벨의 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일반명사다. 하지만 워낙 라벨의 곡이 유명해져  일반적으로 '볼레로'라고 하면 라벨의 곡을 의미하게 되었다. 사실 이 곡은 유명 발레리나를 위해 쓴 작품이다. 

'볼레로'는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곡이다. "딴 따따따, 딴,딴" 오직 이 리듬만을 반복하지만 단순한 선율속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곡이다. 첫 도입은 조용히 울려퍼지는 드럼 소리를 시작으로 현악과 관악기들이 솔로를 교대로 연주한다. 악기의 수가 점점 늘어가면서 중간에선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웅장하게 연주된다.

때문에 이 곡은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이면서도 모든 악기의 소리와 연주를 들어볼 수 있는 곡이다. 일본의 「클래식 저널」편집장인 나카가와 유스케는 저서 「클래식 50」에서 클래식을 공부할 때 가장 유용한 곡으로 라벨의 볼레로는 꼽았다. 그는 "어느 악기가 어떤 한 음윽 내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라벨의 볼레로를 추천한다. 또한 "악기마다 솔로파트가 있기 때문에 누가 능숙하며 누가 서툰지 바로 알 수 있는 곡"으로 "오케스트라 입장에선 가장  깔볼 수 없는 곡이면서반대로 오케스트라의 높은 실력을 보여줄수 있는 곡"이라 평한다.


클래식을 소재로한 일본의 유명 드라마 '노다메칸타빌레'에서도 라벨의 볼레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곡으로 등장한다. 작년 여름 개봉한 '노다메 칸타빌레극장판 1'에서는 처음 상임지휘자로 부임받은 남자 주인공이 문제의 오케스트라를 맡게되고, 그들과의 첫 연주곡으로 볼레로를 연주하면서 형편없는 단원들의 실력을 여실히 알게된다. 


조금은 몽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라벨의 볼레로는 조용하면서도 웅장한 곡이다. 이 곡은 조용한 강가위로 조그만한 물방울들이 떨어지며 만드는 동심원의 울림같다. 라벨 모든곡은 이런 마술같은 색이 다분히 느껴진다. 라벨의 또다른 곡으로 「거울」을 추천한다. 피아노곡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라벨의 마술같은 울림에 푹 빠져들 것이다.